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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빈 곳을 보라

#07 [from::the office]; the workspace or empty
#07 [from::the office]; the workspace or empty by ::strømbërg::maciejgruszecki.com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빈 곳을 보라

 

  

지난 1500년 동안 의사소통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혁혁한 공헌을 한 것은 띄어쓰기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글은 띄어쓰기가 되어 있어 읽기 편하다. 알파벳 문화권에서도 띄어쓰기를 사용하며 문장이 시작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소문자를 쓰고 있어서 가독성을 높인다. 그러나 대략 8세기 이전까지 라틴어와 그리스어는 모두 대문자로 씌어졌고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장을 읽는 것은 피곤하고 속도도 떨어졌다.

 

그런데 고대인들은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된 글들은 대부분 큰소리로 읽었다. 그들은 이것을 '귀로 읽는 방법'이라고 했는데, 책이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귀로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띄어쓰기가 되지 않는 문장을 읽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또 글을 아는 로마인이라면 그들의 언어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낭독할 때 특별히 어절을 구분해 주지 않아도 불편한 줄 몰랐다.

 

그러나 8세기의 색슨족과 고트족 사제들은 라틴어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단어가 어디서 끝나고 다음 단어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잘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사제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어 사이에 공백을 넣어 띄어쓰기를 시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띄어쓰기는 예상치 못했던 위력을 발휘했다. 글을 더 빨리 읽게 된 것이다. 단어가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알면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다. 뇌는 말하고 듣는 것보다 보고 인식하는 데 더 강하기 때문이다. 12세기 이후 대부분의 문명 세계에서 띄어쓰기를 사용했고, 묵독이 대세를 잡게 되었다.

 

여기 커피 잔이 하나 있다. 여러분은 커피 잔의 어는 부분을 보는가? 색깔, 재료 혹은 모양을 보는가? 이번에는 컵 내부의 빈 공간에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떤가? 이 빈공간이야말로 커피 잔을 커피잔이게 만드는 요소다. 피아노의 거장 아르투르슈나벨은 자신의 예술성의 비밀을 이렇게 말했다. "내기 연주하는 악보는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것보다 나을 바가 없다. 내 예술은 바로 음표 사이의 빈 곳에 존재한다."

 






발췌: 앞서가는소수/IT,기획,전략,조직관리,역량,리더쉽,CMM,PM,CRM,CIO - 시삽메일
참고도서: 상상력의 한계를 부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망치(로저 본 외흐, 21세기 북스)


헤라클레이토스의 망치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로저 본 외흐 (21세기북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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