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10.01.13 08:00

TWO AWARD-WINNING FLICKr PHOTOGRAPHERS DUKE IT OUT by Okinawa Sob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바보의 협상력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터키인들이 대영제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그리스를 격퇴시켰다. 화가 난 영국은 다른 여러 나라 대표들과 담합해 터키와 담판을 짓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터키를 겁주기 위해 외교사절 커즌을 파견했다.

 

커즌은 무척 유명한 외교가로, 몸집이 크고 목소리도 우렁차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반면 터키 측 대표인 이스마엘은 왜소한데다 어딘지 모자라 보였다.

 

커즌은 이스마엘을 안중에 두지 않았고 다른 나라 대표들도 이스마엘을 업신여겼다. 그런데 이스마엘은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듯 태연하기만 했다. 또한 외교 사령의 구절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선택했고, 말과 행동은 정연하고 조리 있었다.

 

이스마엘은 터키에 유리한 말을 할 때는 놓치지 않았지만, 터키에 불리한 말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척했다. 이스마엘은 열강이 제시한 잔혹한 조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터키에 유리한 조건에 대해서만 반복해 되뇌었다.

 

일이 이렇게 꼬이자 영국 대표인 커즌의 분노가 폭발했다. 커즌은 주먹을 휘두르며 성을 냈다. 각국 대표들도 협공에 나섰으니, 회담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이스마엘의 귀가 아무리 어둡다 한들 커즌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태연하게 앉아 여전히 귀가 안 들리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윽고 소리를 지르던 커즌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이스마엘은 천천히 오른손을 펴서 귀에 대고 몸음 커즌 쪽으로 기울였다. 지극히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는 커즌에게 잘 들리지 않으니 다시 한 번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커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커즌의 분노는 한바탕 난리법석 이후 수그러들었다. 그런 '격정'을 다시 재연하기는 힘든 것이다. 이스마엘은 각국 대표들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고 갔다. 차분하고 냉정한 협상은 이미 불가능했다. 이스마엘이 회담 전체를 장악해버린 것이다. 협상은 3개월에 걸쳐 계속되었지만, 커즌은 영국에 유리한 조건들을 하나도 관철하지 못했다.

 

야무지고 똑똑해 보였던 커즌보다,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바보로 보였던 이스마엘이 결국 더 많은 실리를 차지한 것처럼, '모르는 척하는 바보철학'은 때때로 삶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발췌:
앞서가는소수/IT,기획,전략,조직관리,역량,리더쉽,CMM,PM,CRM,CIO - 시삽메일(이성식)
참고도서 : 바보철학(우쉬에강, 황소자리)

바보철학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우쉬에강 (황소자리, 2009년)
상세보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화의 마술  (21) 2010.01.29
둔한 칼이 열심히 일한다.  (22) 2010.01.15
바보의 협상력  (16) 2010.01.13
업무를 흥미롭게 만드는 법  (16) 2010.01.11
달걀로 바위 치기  (20) 2010.01.07
대접받는 비결  (16) 2009.12.30
Posted by 복돌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바보가 바보가 아니네요.
    협상력의 대가인 것 같습니다.
    터키의 "서희"인 것 같아요.

    2010.01.13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오....터키의 서희라....
      개인적으로...이즈마엘이 남에 대한 배려를 할줄 모를까요?

      2010.01.13 11:34 신고 [ ADDR : EDIT/ DEL ]
  2. 결코 바보철학이 아니군요.

    이즈마엘의 기막힌 행보..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10.01.13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세상사 살아가는 한가지 방법일듯도 해요...
      근데....남에 대한 배려는 살짝 없어보이는것이..ㅋㅋ^^

      2010.01.13 11:34 신고 [ ADDR : EDIT/ DEL ]
  3. 바보가 오히려 얻는데 더 많을 듯... 다 듣고 결정하는 스타일 선듯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 딜에서는 최고..

    2010.01.13 12: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참 무서운 사람의 종류이기도 하구요...
      어떤 사람일까도 무지 궁금하기도 해요...

      2010.01.13 13:08 신고 [ ADDR : EDIT/ DEL ]
  4. 몇 년살지 않았지만, 살면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듣고 있는 사람입니다. 소시적에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무서웠는데요, 그게 아니더군요.

    2010.01.13 13: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완전 동감 해요....
      이런류의 사람들은 어쩔때 보면 약간 무서운 면이 있죠..

      2010.01.13 16:03 신고 [ ADDR : EDIT/ DEL ]
  5. 의미있는 글이군요. 갠적으론....말 없이...눈빛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상대하기가 어렵더군요.
    때론 .....말씀하신 바보철학이 필요할때가 있는것 같아요.~~

    2010.01.13 19: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눈빛으로 이야기라....^^ 좋은 말씀이시네요...
      전화로는 안되겠네요...아~ 화상전화...ㅋㅋㅋ

      2010.01.18 14:21 신고 [ ADDR : EDIT/ DEL ]
  6. 말없이 왠지 뭔가를 꿰뚫고 있는 듯한 사람을 보면..왠지 움츠려들어요.. 뭔가 들킬것같은... 죄짓고 산게 아닌데^^ 무섭기도 하지만..가끔..그게 매력..배우고픈 매력이라는... 수다쟁이 아줌마 입장으로는 ㅎㅎ

    2010.01.13 23:25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저도 수다스러워서..암말 안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 무서운가봐요..ㅎㅎㅎ^^ 완전 동감 합니다.^^

      2010.01.18 14:22 신고 [ ADDR : EDIT/ DEL ]
  7. 바보보단 엄청난 고집쟁이군요ㅎㅎ
    본인이야 좋겠지만, 저런 사람과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선 별로이겠어요~

    2010.01.14 00: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저도 요즘들어 사람이 무서워요... 모른척 하면서 다 알고 있는거 같더라구요^^;

    2010.01.14 00: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